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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랑고니 효과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학위 논문 예비 심사 때 심사 위원 중 어느 한 교수님에게서 였다. 내 연구결과와 비슷한 내용을 어느 연구 팀에서 마랑고니 효과로 해석을 하였으니 그 논문을 보면 좀 더 좋은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어찌보면 이 현상을 학위 심사 때 처음 듣는 다는 것 자체가 한심하게도 느껴지지만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은 없으니 모를 수 있어라는 변명을 해본다. (이런 변명을 해보려고 하는 내가 더 한심한 것인가.) 어쨌든 처음 들어보는 물리 현상을 이용해서 몇개월 후의 최종 심사 때 7년간의 학위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리저리 구글링을 해보게 되었다. 결국은 내 연구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지만 공부보다는 놀이의 대상으로 - 교양을 쌓는다는 즐거움으로 - 며칠을 즐겁게 보낸 기억이 있다.
마랑고니 효과는 표면장력의 차이에 의한 유체의 흐름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떤 상태 어떤 물질이든 계면은 존재하고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장력으로 치환하여 생각해버리면 되기에 세상 모든 흐름은 마랑고니 효과로 설명되어 진다는 억지를 부려본다.
이 현상에 대한 설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와인의 눈물(와인 다리)이다. 와인이야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의 한 종류가 되었으니 실제 경험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와인을 따르고 향을 음미하기 전에 한 번 흔들어보면 잔 안 쪽의 벽면에 와인이 맺히는 자국을 본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 맺힘의 모양이 제일 위쪽 부분에서 아래로 줄을 이루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다리의 모습이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비슷하여 와인의 눈물이나 와인 다리라고 불리운다. 특히 눈물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유는 이 눈물이 한 번 흐르고 끝나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는 모습에 있다. 우리는 한 번만 흔들었을 뿐인데 눈물은 언제까지고 계속 흐른다. 정말 와인이 잔 안에서 애처롭게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상황이다. 이건 정말 한 번 해보고 유심히 관찰해 본다면 신기해하며 와인을 마시는 것을 잊게 할만큼 계속 보게되는 마력이 있다.
와인의 눈물을 통해서 마랑고니 효과에 대해서 조금 더 쉽게 알아보고자 한다. 보통의 물이나 음료수는 비슷한 모양을 만들지언정 눈물을 흘리듯이 방울져서 계속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이 이 다름을 만들게 되는 것일까? 와인은 술이기에 알콜(에틸알콜 또는 에탄올)이 포함된 물이다. 알콜과 물이 맞닿은 어떠한 접촉면(이후 계면이라고 하겠다)이 있고, 이와 같은 이치로 알콜과 공기 물과 공기에 의해 형성된 각각의 계면이 존재할 것이다. 각각의 물질이 형성한 계면 사이에서 물질간의 줄다리기 혹은 밀기 게임에 의해 증발과 녹음의 분자단위의 들끓음이 일어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알콜은 물보다 잘 증발한다. (익히 알고 있기위한 우리 인생의 시점은 어디일까? 최대한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정보의 비약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불특정 대상을 위한 글쓰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한 줄 한 줄 썼다 지웠다 하는 나를 보며 느끼게 된다. 지금 위의 문장을 쓰면서도 '알콜은 무엇인가?', '알콜은 물에 녹는데 계면이 형성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은 '알콜은 물에 녹는가?', '녹는다는 것의 의미는?', '알콜은 물보다 빨리 증발하는가?' 등의 익히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전혀 모르고 살고 있을 수도 있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의 이해 정도를 어디에 맞출지 고민이 된다. 물론 방금 나열한 간단하고도 심오한 주제들에 대해서 바로 뒤에 간단하게라도 각각 거론해보고 싶다. 자 갈 길이 멀다. 이제 표면장력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알콜이 물보다 잘 증발한다는 것은 알콜과 알콜이 서로 큰 알콜을 만들고 싶어하는 갈망이 물과 물이 서로 큰 물을 만들고 싶어하는 염원보다 약하다는 의미이다. 표면장력은 하나의 물질이 이런 동질성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의 정도를 힘으로 나타낸 말이다.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이 둥그런 모양을 이루는 것이 이런 물분자 간의 서로 뭉치려하는 힘인 표면장력의 결과이다. 물방울을 옆에서 보았을때 바닥과 형성하는 물방울 측면 각도가 바닥의 표면장력의 정도를 가늠해볼수 있는 척도이다. 물과 공기는 보통의 상태에서 일정한 표면장력 및 에너지를 갖고있기에 기준이 되는 것이고, 물방울이 떨어져있는 바닥의 표면이 갖는 에너지 상태는 모르지만 이런 기준에 의해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보통은 친수성(물과 친근한 느낌)과 소수성(물과 데면데면한 느낌)으로 그 정도를 말한다. 자 이제 물과 알콜로 다시 돌아가면, 물은 알콜보다 큰 표면장력을 갖는다. 도수 13%의 와인을 한동안 공기중에 놓아두어 알콜이 증발하여 알콜 함량 12%의 와인이 되면 이전보다 표면장력이 커진 와인이 되는 것이다. 처음 와인의 눈물을 거론할 때 와인잔을 흔들면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었다. 와인이 든 잔을 흔들면 잔의 벽면에 와인이 묻어 얇은 와인의 막을 형성하게 된다. 이제 공기와 맞닿게 되는 와인의 표면에서 물과 알콜의 증발이 일어나게되며 이전에 언급했듯 알콜이 더 잘 증발하게 되어 와인의 도수가 낮아지게 된다. 와인의 표면에서만 알콜의 농도가 국부적으로 낮아지게 되고 잔에 담긴 와인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알콜 농도 - 와인 도수 -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와인잔 안쪽의 알콜들이 표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와인잔의 벽면에 생긴 와인의 얇은 막은 알콜의 보충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벽 제일 위쪽에 형성된 막은 알콜의 농도가 현저히 낮아지게 되어 표면장력이 큰 와인 - 도수가 낮은, 알콜 농도가 낮은 - 이 되고 아래부터 올라오고 있는 와인들은 상대적으로 표면장력이 작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제 표면장력의 차이에 의해 물질간의 이동이 일어나는 마랑고니 효과의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마랑고니 효과에 의해 와인은 와인잔의 벽에 와인이 만든 얇은 벽을 통해 위로 올라가게 된다. 마랑고니 효과에 의해 와인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설명이 되지만, 그럼에도 와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모두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와인이 벽을 타고 올라가고 증말하고 올라가고 증발하고를 반복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처음 표면 장력을 설명할 때는 알콜의 이동을 말했지만 벽을 타고 올라감을 설명할 때는 와인의 이동을 말했다. 그렇다 이런 올라감의 현상이 알콜만 계속 보충되는 것이 아니라 알콜과 물의 혼합체인 와인이 올라가게 된다. 물론 알콜이 움직이는 주체이기에 알콜 주변의 작은양의 물이 같이 올라가게 된다. (결국 도수가 높은 와인이 이동한다고 생각하자.) 와인의 유입이 계속되는 동안 벽면의 끝에는 상대적으로 증발이 약하게 일어나는 물이 모이게 되고, 마랑고니 효과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힘을 모여진 물의 무게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힘이 이기게 되는 순간 맺혀진 눈물이 흘려내린다. 이 현상이 와인의 눈물이라 불리워지는 마랑고니 효과의 대표적인 예이다. 물과 알콜의 증발의 차이, 알콜 농도에 따른 표면장력의 차이, 마랑고니효과에 의해 올라가는 힘과 중력에 의해 떨어지려는 힘의 차이 등 와인잔 속에서 벌어지는 국부적인 다름과 전체적인 평형을 유지하려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물리현상들의 결과물이 와인의 눈물인 것이다.
와인의 눈물을 통해 마랑고니 효과에 대해 미력하지만 설명을 해보았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께서 추후에 와인을 마시며 마랑고니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거나 여러 술친구들과 논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혹 술을 마실 수 없는 독자의 경우에는 집에 있는 술을 이용해 한 번 쯤은 실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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